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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당 밖에 없다” <2020 여성출마프로젝트> 후보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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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20대 국회 의원들의 평균 나이는 55.5세다. 90년대생 20대는 제로이고 1980년대생 30대 국회의원은 딱 3명(김수민·신보라·정은혜) 뿐이다. 현재 296명의 의원들 중 여성 의원은 51명이고 17%에 불과하다. 남녀 비율은 4.8대 1이다.

녹색당은 지난 10월31일 오전 국회에서 <평균 연령 55.5세 아저씨 국회 바꾸자>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아저씨 국회의원의 상징인 넥타이를 자르는 퍼포먼스를 했다. 이날 퍼포먼스를 주도한 녹색당의 여성 정치인들은 지난 4월 시작된 <2020 여성출마프로젝트>에 참여했고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아직 당내 경선 절차가 남아 있긴 하지만 모두가 국회에 들어가야 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갖고 있었다.

언론인 출신 정다연씨는 마이크를 잡고 “한국 사회에서 2030 여성으로 일하고 먹고 살기 너무 힘들어서 회사 그만두고 정치하러 나왔다”고 출마를 준비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국회 야외 벤치에서 이들을 만났다.

정씨는 “20~30대 여성으로서 회사 다니면서 일하면서 느꼈던 부당한 차별을 바꾸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걸 바꿀 수 있는 정당이 우리나라에 녹색당 밖에 없고 여성 의제를 메인으로 내세우는 정당이 하나도 없다. 나는 다른 정당에서 정치할 생각이 전혀 없다. 만약 정치를 안 했다면 안 했지 한다면 무조건 녹색당이라는 그런 생각”이라며 녹색당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사회복지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혜미씨도 “녹색당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프로젝트에 대해 “올해 4월부터 딱 1년 전에 론칭했고 사실 그전부터 <대통령을 꿈꿨던 여성 100인을 찾습니다>라는 프로젝트를 당 안에서 했었다. 권력 의지와 야망이 있는 여성 청년들을 모아서 인터뷰도 했었다. 그 연장선상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아래는 4명의 후보자, 2명의 당원과 나눈 일문일답 전문이다.

Q: 원내외 진보 정당들이 많이 있는데 왜 녹색당을 선택하게 됐는지?

김기홍(제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트랜스젠더) : 나는 제주퀴어문화축제를 준비하면서 같이 했던 멤버들이 대부분 녹색당이었다. 당 가입을 망설이고 있다가 당에서 같이 활동해보면 좋지 않겠는가라는 제안이 있었다. 당 차원에서 같이 성소수자 운동을 해보면 더 여력이 많이 생기지 않을까 싶어서 입당했다. 퀴어 뿐 아니라 접근성 운동도 많이 했었다. 퀴어 운동을 하면서 당의 도움을 받아 여러 법 개정 운동을 해보려고 한다.

성지수(연극연출가) : 나는 사실 (어떤 진보 정당의) 청년 정치학교 1기를 수료한 사람이다. 그때 느꼈던 것은 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서 정치 학교를 연 것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 많은 청년 조직이 필요하고 그렇게 해서 뭔가 세력화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우리 목소리가 실제 국회에 반영되기 위한 정치 학교가 아닐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아 실망했다. 그러고나서 녹색당에 가입했다. 선거에 나가게 된 것은 내가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이라는 자발적 연대체 활동을 하고 있다. 이제 연극계 미투 폭로 이후에 연극인들이 피해자들과 연대하기 위한 모임인데 녹색당에서 어떤 여성단체나 연극단체 보다 먼저 연대의 논평을 내놨다. 그게 저희한테 굉장히 큰 힘이 됐다. 그래서 먼저 녹색당에서 뭔가 일을 하고 싶다라고 해서 처음 왔다. 여기도 일손이 부족할 것이니까 뭔가 캠프원을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왔는데 이렇게 출마를 준비하게 되었다.

김혜미(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사 간사/사회복지사) : 나는 사회복지 활동을 계속 해왔고. 복지 정책의 가장 핵심적인 것 중에 하나가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계속 구축하고 대부분 사회 정책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깔때기처럼 되어 만들어지고 있다. 이 문제를 바꿔야 진짜 빈곤한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사회적 경제적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목소리가 받아들여지고 이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뛰어줄 당은 녹색당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의 기후위기 국면에서 생태를 전혀 생각하지 않는 국가 모델을 갖고 간다면 더 이상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랬을 때 녹색의 관점에서 녹색 복지라는 부분에서 정책이 흘러간다면 녹색당이 가장 대안적인 형태의 국가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정의당도 있고 민주당도 있지만 녹색당이 녹색의 관점을 가진 정치를 가장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7개월간 <2020 여성출마프로젝트>의 절차를 경험하고 여기까지 온 소감은?

김기홍 : 나는 지역 내에서만 활동하다가 여러 사람들을 만나서 많이 안심이 됐다. 작년 선거에 나갔을 때 지역에서 많이 듣던 이야기가 존재만으로도 여성 혐오다. 트랜스젠더니까. 그래서 여성이란 말이 들어가는 곳만으로도 좀 거리감이 있고 그랬는데 여성출마프로젝트를 통해서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을 통해서 용기와 편안함을 느끼게 됐다. 함께 선거를 준비할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이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김혜미:성지수씨와 나는 번복도 한 번 했다. 출마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많았다. 내가 번복했을 때 이 사람이 많이 놀랐는데 자기도 나중에 번복했다. 사실 놀림받아야 할 사람이 이 사람이다. 근데 이렇게 번복하고 다시 환영해주고 이럴 수 있었던 과정이 7개월 동안 신뢰관계를 만들었고 이 사람 정말 국회가면 좋겠다는 이런 확신이 저희 안에 생겼다. 또 우리는 다 다르다. 여기(현재 국회 구성)는 똑같은 학교 나오고 다 변호사 출신 이러지 않나. 근데 우리는 연극인 출신, 사회복지사 출신 등 각자의 영역에서 전문성 있는 사람들이 국회에 들어가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들을 7개월 내내 한 것 같다. 연대감을 쌓은 것이다.

성지수:공연 예술계의 미투 이후에 조금 더 제도화하고 그것들을 좀 더 정착시키려면 많은 힘이 필요한데 그 힘을 모아줄 수 있는 데에는 무언가가 필요한데 많이 없었다. 그런데 그게 내가 될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결국 이렇게 됐다. 11월~12월에 당에서 기후 정의 활동가 양성과정을 한다. 좀 체계적으로 전문가를 길러내기 위해 자기 파트 분야에서 기후 정의를 이야기할 수 있게 하는 것인데. 당에서 돈도 많이 쓰고 사람들을 키워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이런 지원들이 있으니까 결과가 어떻게 되든 간에 해보면 좋겠다는 결단을 했다.

 


Q: 생업이나 경제적으로 고민이 되지 않았나?

김혜미:일단 급여를 따박따박 받고 내가 회원 중심으로 국가 보조금 하나도 안 받는 단체(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사)를 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정책 운동을 하고 있다. 사실 총선 때 정책 운동을 가장 열심히 해야 한다. 어쨌든 (단체에) 되게 많은 (출마를 하겠다는) 설득의 과정을 거쳤다. 지금 내가 당에서 출마를 할 것인데 이런 고민들을 운영위원 선생님들과 상의를 많이 했다. 그때 녹색당에서 지지를 많이 해줬다. 혜미님이 출마를 하고 싶은데 이런 것들이 문제라면 당이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찾으려고 많이 노력해줬다. 지예님(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도 저희 대표님(단체 대표)을 만나보면 좋을까? 지예님도 되게 바쁠텐데 그런 얘기를 해주셨을 정도다. 아니면 저희가 갖고 있는 정책 공약들을 녹색당 안에서 녹여내는 길을 찾아보자. 이렇게 같이 갈 수 있게끔 해주셨다. 또 저희가 기본소득을 받을 것이다. 녹색당에서는 후보자들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할 예정이고 기탁금이나 이런 부분도 후보자 개인이 지출하는 것이 아니라 당에서 함께 모아서 내주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 경제적인 부분이 그렇다고 해서 전혀 문제가 없지 않지만 그렇게 크게 걱정되지는 않는다. 물론 후보자로 나서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분도 있고 나는 휴직을 해야 하고 그렇긴 하지만 그렇다고 당에서 개인이 먹고사는 문제에 있어서 걱정하지 않을 수 있을 만큼의 기본소득을 제공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서 좋았다.

Q: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출마하지 않는 분들이나 옆에서 지켜본 분들은 후보자를 돕거나 다양한 진로가 있을 것 같은데?

세율 : 3가지가 있다. 후보를 하거나 아니면 캠프원으로 후보자 밑에 들어가서 일을 도와서 하거나. 이 과정을 전체적으로 지켜보면서 참가자 신분으로 배울 수도 있다. 저희는 둘 다 정다연 후보의 캠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민정 : 나는 아직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지 두 달 정도 됐다. 다들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열심히 도와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Q: 고민하고 있는 자신만의 시그니처 공약이나 준비하고 있는 정책이 있다면?

김혜미 : 나는 사회경제적인 부분에 가장 관심이 커서 빈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와 관련해서 기후 위기 속에서 불평등 문제를 같이 해결해나가면서 어떤 방법으로 당이 계속 얘기한대로 기본소득도 있을 수 있고 그렇지만. 지금 사회 정책에 어떤 부분이 문제점인지 지적하면서 얘기를 하고 싶다. 그래서 앞에서 말씀드렸던 가족 중심의 사회 정책이나 저출산을 깔때기로 보는 사회 정책 같은 것은 아직 어느 정당도 별로 얘기 안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저출산 정책이 있어야 사회 정책을 통과시키는 이런 어떤 매커니즘이 있어서 이런 것들을 깨부수는 얘기를 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귀농에 꿈이 있다. 농업 정책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있고 공부하고 있다. 지금 개인적으로는 녹색당에서도 나오지 않은 농업 정책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다. 그 부분들을 점차 확산시켜서 얘기할 예정이다. 나는 녹색당 정책위원회 위원이기도 하다. 사실 좋은 정책을 만들고 싶어서 정치를 시작한 것이라 그런 욕심이 있다.

성지수 : 나는 문화예술계 성폭력이 한 명의 가장에게 모든 인적 자원과 물적 자원과 기회까지도 다 집중되기 때문에 악화되고 비가시화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런 것들이 없어져야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약간 프리랜서 노동자들, 그림자 노동자들, 가사 노동자나 돌봄 노동자들에게 관심을 갖게 됐다. 마치 이런 거다. 내가 일한 만큼 벌었으면 벌써 백만장자가 됐다라고 생각할만한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싶고 그런 쪽의 사람들을 정치적으로 호명하고 싶다. 사회가 ‘논다’라고 말하는 노는 사람들. 놀지 않지만 ‘논다’라고 하는. 피곤해 죽겠는데. 돈이 안 벌린다고 논다고 말하는 사람들. 그런 인식을 좀 바꿔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김기홍 : 나는 원래 교사라 교육 정책에도 관심이 있다. 주변에 친구들이 (성소수자로서 힘들어 하다가) 많이 죽었다. 차별금지법과 인권기본법, 성별 정정 관련 법들, 생활동반자 법들. 생활에서 안 보이지만 우리는 못 하는 것들. 우리에게는 주어지지 않는 기회들에 대해 가시화시켜서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싶다. 접근성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 나는 법이 맨날 한 조항만 바뀌어서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다.

 


정씨는 인터뷰 말미에 늦게 도착해서 한꺼번에 3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을 했다.

정다연 : 솔직히 말해서 나같은 경우에는 살면서 느꼈던 20~30대 여성으로서 회사 다니면서 일하면서 느꼈던 부당한 차별을 바꾸고 싶었다. 그걸 바꿀 수 있는 정당이 우리나라에 녹색당 밖에 없고 여성 의제를 메인으로 내세우는 정당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녹색당인 것도 있고 또 녹색당이 기본적으로 탈핵이나 이런 반귄위주의적인 모습이 기본적으로 나와 맞는 점도 있다. 그래서 나는 다른 정당에서 정치할 생각이 전혀 없다. 만약 정치를 안 했다면 안 했지 한다면 무조건 녹색당이라는 그런 생각이다.

사실 원외 정당에서 여성 국회의원 후보자로 나간다는 게 너무 힘든 일이다. 주목받지 못 할 가능성도 높고 그래서 힘든데 그래서 겪는 고민이나 이런 것도 있는데. 그래도 여기니까 가능성을 느끼고 있다. 나도 그런 가능성을 여기서 봤다. 그 전에 사회에서 회사 생활을 할 때는 여성 문제나 삶에 직결되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설 때 나는 항상 혼자 싸웠다. 그런데 그때는 함께 싸워야지라고 생각을 못 했다. 왜냐면 아무도 같이 안 싸워주니까. 그런데 여기 왔는데 내가 느끼는 문제에 같이 공감대를 느끼고 우리가 혼자서 해결할 수 없으니까 함께 문제제기를 하고 정치적으로 바꿔보자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어서 이 가능성을 보고 우리가 절대 밀리지 말고 앞으로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저희는 팀 녹색당이다. 그럼에도 아주 세밀한 부분으로 들어가면 각자가 다를 수 있다. 후보들마다. 나는 아무래도 내가 살면서 느꼈던 부조리한 문제들. 구직 과정에서 시작해서 학교 등 채용차별, 임금차별, 유리천장부터 시작해서 일하는 여성이 겪는 부조리한 면들을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세밀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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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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